AI 시대, 왜 나만 여전히 느릴까?
AI 코딩 도구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다들 빠르게 결과물을 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AI를 쓰면서도 작업 속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AI가 코드를 짜주면 코드 리뷰하듯 검토하고,
구조를 짚고, 네이밍을 다듬고, 설계 의도에 맞는지 확인한다.
결국 구현에 쓰이던 시간이 검토 시간으로 바뀌었을 뿐,
총 작업 시간은 비슷하다.
"나만 이렇게 느린 건가?" 싶었다.
빠른 사람들은 뭐가 다를까?
관찰해보면, AI를 써서 빠른 사람들은 검토 강도를 상황에 맞게 조절한다.
대략 훑고, 돌아가면 넘긴다.
사고 과정 자체를 AI에게 위임하기도 한다.
당연히 빠르다.
반면 나는 AI가 내놓은 설계 초안도, 코드도, 테스트도 전부 되짚는다.
내 코드베이스에 들어오는 이상, 내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설명할 수 없는 코드는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해하지 못한 코드가 쌓이면 생기는 일
검토를 줄이면 당장은 빨라진다.
다만, 그 선택은 이후 유지보수에서 다른 형태의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 디버깅이 어려워질 수 있다.
- 장애가 터졌을 때 원인을 추적하려면 코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 이해 없이 쌓인 코드에서는 결국 AI에게 "이거 왜 안 돼?"를 묻게 되고, AI의 답이 맞는지도 판단이 안 되는 루프에 빠진다.
- 설계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 "여기에 이 기능을 붙이면 구조가 흔들리겠다" 같은 감각은 코드를 이해하고 있을 때 나온다.
- 그 감각이 사라지면 설계 결정마저 AI에 의존하게 되고, 그 결정의 타당성도 검증할 수 없게 된다.
- 코드 리뷰가 어려워질 수 있다.
- 내 코드도 이해 못하는데 팀원의 코드를 리뷰할 수 있을까.
- 반대로 "이 구조가 왜 이래?"라는 질문에 답을 못하는 순간 신뢰가 무너진다.
- 기술 성장이 느려질 수 있다.
- 코드를 읽고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실력이 느는 과정이다.
- 그걸 건너뛰면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더 의존적이 되는 역설에 빠진다.
- AI를 잘 쓰려면 실력이 필요한데, 실력을 키울 기회를 AI가 가져가는 것이다.
느린 게 아니라, 빚을 갚는 것
돌아보니 같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구현에 쓰던 시간이 줄고,
그만큼 검토와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같은 시간 안에서 더 많은 선택지를 비교하고,
어떤 구조를 가져갈지 더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검토를 반복할수록,
왜 이 구조가 나왔는지,
어디가 취약한지,
어디를 바꿔야 하는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짜지 않은 코드에 대한 이해도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쌓였다.
이해의 빚을 나중으로 미루는 대신,
작업하는 순간에 같이 갚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느린 게 답인가?
그건 아니다.
지금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지금 회사 환경이 허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하는 환경에서는 이해보다 실행이 우선일 수 있다.
결국 "속도 vs 이해"는 트레이드오프다.
중요한 건, 그 선택을 의식하고 있는지다.
빠르게 가더라도 "지금 이해를 빚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
나중에 갚을 수 있다.
문제는, 빚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다.
그렇다고 모든 코드에 같은 강도의 검토를 할 필요도 없다.
핵심 로직은 깊게 보고, 반복되는 코드는 신뢰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꼼꼼함을 버리는 게 아니라, 어디에 꼼꼼함을 쓸지 선택하는 것.
그게 AI 시대, 그리고 환경과 상황에 맞게 트레이드오프를 조절하는 방법일 것이다.
AI 시대에 빠른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느린 것도 정답은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이해를 언제 갚을지 선택하는 것,
그게 점점 중요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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