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랑 집이 가까워서 주말에 종종 (자발적) 출근하고는 하는데,
이번주에는 마침 기회가 되어서 CTO님이랑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다.
왜 주말에 출근하냐고 해서 아직 해결되지 않는 버그가 있어서 해결하려고 출근했다고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시더니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상사로서 힘든 직원은 해맑은 눈으로 뭐가 문제인지 모른채로 같이 일하는 사람이다.
어떤 미션을 줘야 할지 고민이 되고... 또 그러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
지인님은 그래도 버그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프로그래머로서의 좋은 자질이다."
이번달은 유난히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버그가 많아 자신감이 없어지고
"나 잘하고 있나?" 스스로 고민이 많았던 나날을 지내고 있었는데 저런 말들을 듣고 나니까 처음에는
뭔가 "아 그래도 나 잘하고 있는건가?" 이런 생각으로 가볍게 지나갔던 것 같다.
(사실은 엄청난 위로였나보다...)
점심을 다 먹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영화 "터미네이터" 얘기를 신나게 하며 왔는데
막상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니 나도 모르게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하... 눈 앞에 보이는 이 버그들 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까?"
"내 깜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었는데 자신있게 할 수 있다고 했던 건가?"
찰나의 생각들과 CTO님이 해주신 말들을 떠올리며 엄청 복합적인 감정이 몰려왔다.
혼자 일하는데 하루 이틀 안에 해결 못할 것 같은 버그가 생기면 심리적으로 많이 몰린다.
그렇게 몰리다보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자책하게 된다는 거는 스스로 만족할만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하루 이틀을 꼬박 붙잡고 구글링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도 해결이 안되면,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 같고, 맡은 일을 못해내는 것다는 생각에
침착함을 잃고 멘탈이 깨져버렸던 것 같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업무할 때 여유를 찾는게 필요할 것 같다.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좋은 자질이라면,
디버깅 상황이 길어져도 마냥 스트레스 받고 멘탈이 무너지기 보다는
문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을 고민하며 좋은 자양분을 발전시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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